당뇨병을 중심으로 본 전통적인 항상성 개념과 동적 항상성 개념 비교


(6) 항상성과 동적 항상성의 개념 차이

전통적인 항상성 개념으로는 당뇨병과 인슐린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슐린은 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돕는 호르몬으로 혈당 수치가 오르면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자극됩니다. 혈당 수치가 오를수록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여 당뇨병의 초기에는 인슐린 수치가 정상인의 2배 이상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슐린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세포는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세포 수준에서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에 개입하여 그 기능을 억제한다는 연구가 여럿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애초에 고혈당이라는 상황은 병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스트레스 조절 중추가 의도한 생리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스트레스 조절 중추는 스트레스 반응에 필수적인 두뇌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실시합니다. 전신의 생리 체계가 일제히 비상 체계로 전환하는데 여기서는 에너지 공급과 관련된 것만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 가장 먼저 심장의 수축력과 심박수가 증가하고,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나트륨과 수분의 배출이 억제되어 혈액 순환 속도가 빨라지고 순환혈액량이 늘어납니다.
–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뇌와 운동 중인 근육 외의 다른 조직의 세포들이 혈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 간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방출됩니다.
– 글리코겐에서 나온 포도당만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으므로 지방세포에 저장되어 있던 지방이 분해되어 글리세롤과 지방산이 생성됩니다.
– 글리세롤은 간으로 가서 다시 포도당이 되어 혈액으로 방출되고, 지방산 역시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근육으로 가서 포도당 대신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 근육과 장기의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되고 아미노산은 간으로 가서 포도당으로 전환됩니다.
– 간에서 지방산 대사가 증가하여 불완전 대사산물인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성되어 혈액의 pH가 낮아집니다.

당뇨병을 중심으로 본 전통적인 항상성 개념과 동적 항상성 개념 비교

[표] 스트레스 상황에서 에너지 대사의 변화

증상 원인
고혈압 심장의 수축력과 심박수가 증가하고,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나트륨과 수분의 배출이 억제되어 혈액 순환 속도가 빨라지고 순환혈액량이 늘어남.
고혈당증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뇌와 운동 중인 근육 외의 조직 세포들이 혈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됨.
간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방출됨.
근육과 장기의 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아미노산은 간으로 가서 포도당으로 전환됨.
지방세포에서 나온 글리세롤이 간으로 가서 포도당으로 전환됨.
고지혈증 지방세포에 저장된 지방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방출됨.
고케톤증 지방 분해가 증가함에 따라 간에서 지방산의 불완전 대사산물인 케톤체가 과다 생성되어 혈액의 pH가 낮아짐.

※ 고혈압, 고혈당증, 고지혈증에 비해 고케톤혈증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인체에 끼치는 만성적인 영향으로는 고케톤혈증의 위험이 다른 세 가지 증상의 위험을 능가합니다. 특히 신장 기능의 악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서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혈당이 오르면 고혈당 자체에 반응하는 췌장의 β 세포의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여 혈중 인슐린 농도가 증가합니다. 그러나 세포는 포도당을 흡수하라는 인슐린의 명령을 듣지 않고 포도당 흡수를 자제하라는 코티솔의 명령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이유는 세포가 높은 혈당 수준을 유지하라는 더 고차원의 조절 중추에서 내려진 명령을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적 항상성의 관점에서 보면 당뇨병은 ‘병’이 아니라 고혈당증이라는 ‘생리 현상’이며 이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사라질 증상에 불과합니다. 혈당을 오르게 만든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히 이후의 연쇄적인 생리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치료 방법보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유하자면 가스레인지가 과열되어 불이 붙었다면 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불에 탄 주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천천히 해도 됩니다.

당뇨병의 경우 환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심한 스트레스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고혈당을 비롯한 일련의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그 사람에게 스트레스라고 느끼게 하는 원인을 없애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상황 인식을 바꾸고 대처 능력을 길러서 그 정도의 문제는 가볍게 넘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이런 변화는 환자 본인의 노력, 의료인의 도움(교육과 상담 위주), 사회경제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병행되어야 제대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식사요법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는 동적 항상성 부하를 줄이기 위해, 즉 인체 기관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실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각 기관에 걸렸던 부하도 완화될 것이므로 이때는 더 이상 엄격한 운동이나 식사요법을 고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표] 당뇨병을 중심으로 본 전통적인 항상성 개념과 동적 항상성 개념 비교

 전통적인 항상성동적 항상성
혈당 상승을 보는 관점항상성 유지 실패스트레스에 적응 성공
고혈당 유지를 보는 관점질병 상태생리 체계의 새로운 평형
증상의 원인인슐린 저항성, 췌장의 β세포의 인슐린 분비 부족과도한 스트레스 반응
궁극적 목표항상성 유지자기 조절 능력 배양
개입의 주체의료인 + 환자환자 + 의료인 + 사회
치료의 목표정상 수치로 복귀회복탄력성 증진+ 동적 항상성 부하 감소
개입의 수준말초 수준 (췌장, 근육 등)중추 수준 (두뇌) + 전신 네트워크
치료방법약물 복용, 주사+ 식사요법, 운동스트레스 원인 제거+ 상황 인식과 대처 방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과 상담+ 사회경제적 지원+ 식사요법,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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