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트레스 반응
스트레스 반응(response)이란 스트레스 요인(stressor)에 대해 유기체에서 발생하는 대응 전반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생리 반응 (심박수 증가, 긴장, 발한 등)
정서 반응 (불안, 초조, 분노, 슬픔 등)
자동적 행동 반응 (싸움, 도망, 얼음, 공포, 허탈, 실신 등)
스트레스 반응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것에 가까우며 그동안 형성된 삶의 방식에 의해 거의 자동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반응인 대처(coping)와 구분됩니다.
(1) 급성 스트레스 반응
대표적인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1915년에 월터 B. 캐넌이 제안한 투쟁 또는 도피 반응(fight-flight response)을 들 수 있습니다.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은 우리말로 싸움 또는 도망 반응이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은 기본적으로 포식자 앞에서 동물이 보이는 생리적·행동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과 부신 등이 동원되는 생리적인 반응은 싸우거나 도망치는데 필요한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항상성이란? (2) 일정한 내부 환경 = 항상성 ② 월터 캐넌의 연구 ㉡ 투쟁 또는 도피 반응 참조)
캐넌은 당시 투쟁과 도피를 구별하지 않았는데 그는 이 두 가지는 선택하는 행동은 다르지만 몸의 반응은 같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해 보여서 싸우거나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도망치는 것은 둘 다 신체를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황 판단과 정신적 긴장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며 그에 따른 신체 반응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후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반응에는 투쟁과 도피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반응들은 주로 f로 시작되는 단어들로 표현되는데 앞에서 언급된 fight(싸움), flight(도망) 외에도 freeze(얼음), fright(공포), flag(허탈), faint(실신) 등이 있습니다.
이상의 반응들에 대한 학계의 정의가 통일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fight–flight–freeze가 널리 받아들여지는 편이며 여기에 fright, flag, faint 등이 ‘6F 반응’으로 정리되곤 합니다. 이외에도 fawn(아첨, 비위 맞추기), flop(털썩 주저앉음), flood(감정 폭발) 등의 용어가 최근 자주 쓰이지만 고전적 분류인 6F와 뚜렷이 구분되는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연구자에 따라 freeze와 fright의 정의를 서로 바꿔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① 싸움
싸움(fight)은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서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거나 스스로 이 위협에 맞서서 이길 수 있다고 평가할 때 선택하는 도전적인 방식입니다. 분노를 해소하고 상실한 통제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동물의 경우에는 주로 포식자와의 만남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스트레스는 그보다 훨씬 사회적인 면이 강하므로 전쟁처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외에도 시험, 경기, 선발처럼 대중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도 포함됩니다. 포식자 앞의 동물이 싸움을 선택했을 경우 그 동물의 감정은 분노와 적대감이 압도적인 상태일 것입니다. 이와 달리 어려운 과제를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정은 흥분, 투지, 자신감, 의욕, 기대감 등일 수 있습니다.
두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분노에 공포가 더해져서 교감신경의 작용이 극대화되고 아드레날린과 코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됩니다. 그 결과 심박수와 혈압이 증가하고 기도가 확장되고 호흡수가 증가하며 혈중 포도당과 지방산이 급증합니다. 말초혈관은 수축하고 즉각적인 생존에서 우선 순위가 밀리는 소화계·생식계·면역계 등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정지됩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도전이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는 말초혈관이 어느 정도 확장되어 소화계·생식계·면역계를 비롯한 온몸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② 도망
도망(flight)은 싸움과 매우 유사한 교감신경 중심의 생리 반응을 보이지만 싸움과 비교할 때 심리적 반응은 수동적입니다. 위협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길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위의 싸움에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경우와 생리 반응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의 분비가 급증하므로 말초혈관이 강하게 수축하고 소화계·생식계·면역계 등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정지되며 체내에서 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인간의 경우 문제 앞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회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여전히 교감신경이 우세한 상태입니다. 부교감신경이 주도해서 생리적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허탈이나 실신 반응과는 구별됩니다.
③ 얼음
얼음(freeze)은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죽은 척하거나 스스로 숨을 죽이는 상황입니다. 심리적으로 위협 앞에서 압도당하고 무기력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언제든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리적으로는 교감신경이 흥분한 상태에서 동시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교감신경에 제동을 거는 상태입니다. 그 결과 근육이 긴장되어 몸이 뻣뻣해지고, 호흡이 억제되고, 심박수가 떨어지거나 불규칙해지는 혼합 양상을 보입니다.
보통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한 쪽이 우세하면 다른 쪽은 약화되지만 얼음 상태에서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로 인해 겉으로는 죽은 듯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언제든 튀어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근육 긴장은 교감신경의 작용이며 호흡 억제와 심박수 저하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전략입니다. 감각은 예민해져서 주변 상황을 민감하게 탐지하는데 이를 지향 반응(orienting response)이라고 합니다.
동물의 경우 포식자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을 경우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포유류 육식동물의 시각 피질과 망막이 주로 색상보다는 움직이는 물체를 통해 형태를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경우에도 화가 난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지목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을 숙이고 존재감을 낮추는 것은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포식자가 그 장소를 떠나 위협이 사라지면 동물은 몸을 떨어서 응축된 에너지를 방출하고 평소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인간이 마주한 위협은 즉시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남겨서 오랫동안 얼음 상태를 유지하게 될 수 있습니다.
④ 공포
공포(fright)는 단순히 무섭다는 반응이 아니라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정신적·신체적으로 완전히 굳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내면적으로 분노나 저항 충동이 존재할 수 있으나 강한 공포가 이를 억제해서 꼼짝 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얼음 반응이 비록 놀랐지만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는 능동적인 과정이라면, 공포는 그 위협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판단력이 마비되는 수동적인 과정입니다. 즉 얼음은 신체는 일시정지 상태지만 정신 활동은 비교적 유지되는 반면 공포는 정신과 신체가 모두 정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강한 흥분 상태이며 감각 역시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작은 자극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공포 반응에서는 말하고 움직이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듭니다. 트라우마를 남기는 심각한 사고 상황의 생존자들은 왜 도망치거나 소리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공포 상태는 이 사람들이 왜 움직일 수 없었는지 그 근거를 제시합니다.
얼음과 공포의 또 다른 차이는 얼음은 싸움이나 도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공포는 더 이상의 대응이 불가능하므로 포기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굴복하여 위협자의 비위를 맞추려는 아첨(fawn)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실에서 분리되기 위한 해리 반응(dissociation)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신체에 대한 주도권이 완전히 부교감신경으로 넘어가서 허탈(flag)이나 실신(faint)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⑤ 허탈
허탈(flag)은 몸이 축 처지거나 털썩 주저앉는 반응 등을 말합니다. 극도의 정신적 흥분 상태에서 대뇌의 근육에 대한 지배가 순간적으로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의식 소실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이 과정이 천천히 일어나서 전체적으로 멍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힘이 없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생리적으로 교감신경보다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저혈압, 서맥, 말초혈관 확장, 각성 저하 등이 나타납니다. 완전히 의식이 끊어지지는 않더라도 극도로 신경이 흥분하면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져서 잠이 올 수 있습니다. 이는 각성 수준을 낮추어 정신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서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수면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잠을 자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서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⑥ 실신
실신(faint)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혈관계의 통제권이 교감신경에서 급격히 부교감신경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합니다. 이 위협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평가할 때 일어나기 쉬운 반응입니다.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으며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없을 때 마지막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우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와 심장 수축력이 급격히 증가해서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이때 두려움이나 다른 요인들로 인해 근육을 움직이지 않으면 혈압이 계속 높아지고 혈압이 계속 높아지면 심장의 압력수용기가 이를 감지해서 뇌에 응급신호를 보냅니다.
신호를 받은 뇌는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미주신경(부교감신경)을 급격히 활성화하여 교감신경을 강제로 억제합니다. 그 결과 강력한 미주신경 반사가 일어나 서맥과 혈관 확장이 결합된 저혈압으로 뇌 관류가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뇌에 혈류가 부족해서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이 줄어들면 뇌는 의식을 차단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인체는 기립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사람이 쓰러져서 머리의 높이가 낮아지면 다시 뇌 관류가 회복되어 수 초에서 수 분 내에 다시 깨어나게 됩니다.
한편 심각한 트라우마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허탈이나 실신 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개인의 기질, 과거 경험 그리고 위협의 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교감신경 우세형의 사람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하며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의식의 소실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부교감신경 우세형이거나, 과거에 같은 전략으로 위험을 성공적으로 회피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반복적으로 허탈이나 실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PTSD 치료 과정에서 사고 사건을 회상하기만 해도 허탈이나 실신 반응이 생겨서 노출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표] 급성 스트레스 반응 6가지
| 단계 | 주요 상태 | 신경계 주도권 | 주요 생리적 반응 | 심리적 목적 및 특징 |
| ① Fight (싸움) | 능동적 공격 | 교감신경 우세 | 심박수·혈압 상승, 호흡 증가, 근육 긴장 증가, 혈당 상승, 소화·생식 기능 억제 | 위협 제거, 통제권 회복, 분노·투지, 접근 행동 |
| ② Flight (도망) | 능동적 회피 | 교감신경 우세 | 말초혈관 수축, 심박수·혈압 상승, 호흡 증가, 근육 긴장 증가, 혈당 상승, 소화·생식 기능 억제 | 위협으로부터의 물리적 이탈, 두려움, 무력감, 회피 행동 |
| ③ Freeze (얼음) | 경계적 정지 | 교감 + 부교감 동시 개입 | 근육 긴장(교감) + 서맥·호흡 억제(부교감), 정위 반응(감각 예민) | 상황 탐색, 위협 평가, 즉각적인 싸움·도망으로의 전환 준비 |
| ④ Fright (공포) | 마비적 정지 | 교감신경 고각성 + 강한 운동 억제 | 전신 경직, 발성 억제, 사고력 정지, 과각성 | 압도적 위협 앞에서의 판단·행동 마비 |
| ⑤ Flag (허탈) | 에너지 저하 | 부교감신경 우세 | 저혈압, 서맥, 전신 무력감, 각성 저하 | 과부하로부터 인체 보호, 심리적 포기 |
| ⑥ Faint (실신) | 의식 소실 | 부교감신경 우세 (미주신경 반사) | 서맥 + 말초혈관 확장, 뇌 관류 감소, 근긴장 소실, 일시적 의식 소실 | 현실로부터의 완전한 분리, 심장 과부하 방어 |
(2) 만성 스트레스 반응
(본 절에서 제시하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의 분류는 현재 의학계의 주류 이론이나 진단 체계가 아니라, 자율신경계 반응 양상을 통해 스트레스 반응의 개인차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내용은 향후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제안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심리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스트레스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생리적인 측면에서의 스트레스 반응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감신경 α₁ 수용체 반응이 우세한 경우, 두 번째는 교감신경 β₂ 수용체 반응이 우세한 경우, 세 번째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한 경우입니다.
교감신경의 α₁ 수용체는 말초혈관 수축 작용을 하고 β₂ 수용체는 혈관 확장 작용을 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α₁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이 강하므로 분비량에 관계 없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에피네프린은 β₂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이 강하므로 적게 분비될 때는 먼저 β₂ 수용체에 결합해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많이 분비될 때는 α₁ 수용체에도 결합해서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부교감신경은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으로 혈관을 지배하지는 않지만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 교감신경에 의한 혈관 수축 작용이 사라지므로 혈관이 이완된 상태로 남습니다.
즉각적으로 위협과 마주하고 즉각적으로 위협이 해소되는 야생 동물의 세계와 달리 인간 사회의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각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때 앞에서 살펴 본 6가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반복되면서 고착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심각도와 통제 불가능 정도, 개인의 기질 등에 따라서 α₁ 수용체 우세, β₂ 수용체, 부교감신경 우세 등의 반응이 결정됩니다.
① 교감신경 α₁ 수용체 우세형
교감신경 α₁ 수용체 우세형이란 나쁜 스트레스, 독성 스트레스,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통제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입니다. 외부 자극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의 경우도 이 유형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보통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하면 이 유형을 가리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부신수질에서 고농도로 분비되는 에피네프린이 α₁ 수용체에 결합하여 혈관 수축 작용이 강화됩니다.
α₁ 수용체의 작용으로 전신의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해당 장기로 공급되는 혈류가 대폭 감소합니다. 소화계 혈류 감소는 구강건조·소화불량·위궤양·변비 등을 유발하며, 생식계 혈류 감소는 무배란·생리불순·희발월경·과소월경·조기폐경·불임·유산과 정자수 감소·남성 성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며, 면역계 혈류 감소는 비장과 림프계 위축·면역활동 억제로 이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하여 심부담이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되고 움직임이 줄어듭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으로 몸에서는 에너지가 활발하게 생성되고 있는데 근육이 이를 다 소비하지 못하면 넘치는 에너지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대사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 결과 고혈당·고지혈증·고케톤혈증이 나타납니다. 그와 함께 과다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기도가 확장되고 폐활량이 늘어납니다.
또한 편도체가 과활성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외부 자극에 점점 더 민감해지며 불안·짜증·우울증·불면증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교감신경의 과흥분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인한 증상이 전신에 걸쳐 나타납니다.
② 교감신경 β₂ 수용체 우세형
교감신경 β₂ 수용체 우세형이란 좋은 스트레스, 긍정적인 스트레스, 통제 가능한 스트레스일 때의 반응입니다. 스트레스가 인생의 활력이 될 때를 말합니다.
에피네프린의 분비량이 많지 않으므로 노르에피네프린이 α₁ 수용체에 결합해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더라도 에피네프린이 β₂ 수용체에 결합해서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내장과 피부로 가는 혈류는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분비되는 코티솔과 에피네프린에 의해 에너지 생성이 활발해지고 이렇게 생성된 에너지가 원활한 관류를 통해 인체의 각 기관에 공급되면서 조직의 온도가 상승하고 세포 대사율이 증가하고 효소의 반응속도가 증가하는 등 각 기관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보통 이런 경우를 두고 건강체질이라고 합니다. 체력이 좋고 잔병이 적으며 의욕이 넘칩니다. 기초대사량이 많아 체온이 높으므로 추위를 타지 않고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영양 섭취도 늘어나서 대식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의 합성속도가 빨라지고 난소의 발달이 촉진되어 생리주기가 짧아지고 자궁내막의 증식이 촉진되어 생리량이 많으며 수정란 착상에 유리하여 임신이 용이합니다.
가벼운 스트레스, 도전 가능하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스트레스만 있다면 인생이 즐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도 지나치면 각 장기가 과활성화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쉬어야 할 때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고 계속 흥분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신의 왕성한 대사를 감당하기 위해 심장의 부담이 증가하고, 뇌 조직의 온도가 상승하고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합니다. 상피세포의 분비나 각종 세포의 분열이 과도해지면 해당 장기에 종양이 생성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난소와 자궁에 따뜻하고 영양이 풍부한 혈액이 과잉공급되면 다낭성난소증후군, 빈발월경, 과다월경, 자궁근종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유형의 사람이 통제 불가능한 스트레스를 만나면 이미 있던 과활성화된 신체 상태에 α₁ 수용체 우세형일 때 나타나는 모든 증상이 더해져서 체온이 더 높아지고 급격하게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③ 부교감신경 우세형
부교감신경 우세형은 스트레스가 너무 적을 때의 반응입니다. 이 유형도 의외로 많습니다.
교감신경의 반응을 싸움 또는 도망 반응이라고 한다면 부교감신경의 반응은 휴식 또는 소화 반응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생식을 추가해서 휴식-소화-생식 반응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체가 휴식을 취할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교감신경의 작용이 사라져서 수축했던 말초혈관이 원 상태로 복구되어 각 장기로 가는 혈류가 정상화됩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는 동안 누적된 피로가 회복되고 우선 순위에서 밀렸던 소화 기능과 생식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교감신경 β₂ 수용체 우세형과 비교할 때 부교감신경 우세형에서는 교감신경으로 인한 말초 혈관의 수축은 없지만 혈압과 심박수가 낮으므로 각 장기가 받는 혈류량은 두 유형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두 유형의 체내의 에너지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이 우세할 때는 교감신경이 우세할 때보다 에피네프린과 코티솔 분비가 적으므로 포도당신생성이나 지방 분해 등의 에너지 대사가 왕성하지 않아서 기초대사량이 낮습니다. 휴식 중이므로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의 움직임으로 인한 열발생도 많지 않아서 에너지 소모량이 떨어져서 식욕이 없고 식사량이 적을 수 있습니다.
신경이 과민하지도 않고 근육은 이완되어 편안하며 내부 장기도 충분한 혈류를 공급 받아서 기능이 활발합니다. 계속 이 상태로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압도하는 상태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되면 일단 체온이 낮아져서 저체온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추위에 약해지고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체온이 계속 낮은 채로 있으면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찔 수 있습니다.
또한 저혈압으로 인해 급격한 자세 변경시 필요한 만큼 혈압이 바로 상승하지 않아 뇌혈류 부족으로 쓰러질 수도 있고 만성 무기력증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일어나고 싶은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거나 한낮이 되어도 잠이 깨지 않는다거나 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교감신경의 각성이 충분하지 않아 부교감신경 우세의 관성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의 활성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떨어집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각성 수준·심박수·호흡수가 올라가야 하는데 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의 부족으로 에너지 동원이 늦어져서 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저혈당에 빠질 수 있고 쉽게 피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심한 공포감이나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의 면역억제 기능이 부족해서 면역체계가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아토피 같은 과민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출혈 경향성이 높아져서 쉽게 멍이 들고 백혈구의 과잉 증식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저혈압·저혈당 상태는 난소주기에도 영향을 끼쳐서 무배란, 희발월경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부교감신경의 과활성과 교감신경의 각성 부족으로 전신적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는 긴장이 필요할 때 교감신경이 작동하고 이완이 필요할 때 부교감신경이 작동해서 긴장과 이완이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교감신경 우세형의 사람들이 항상 싸우려고 드는 것과 반대로 부교감신경 우세형의 사람들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 항상 이완되어 있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되어 교감신경이 활동해서 왕성한 두뇌 활동과 신체 활동으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에 반사적으로 부교감신경이 급발동하여 기도경련으로 인한 천식, 미주신경 반사로 인한 기절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문제를 해결한 후 빨리 다시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이 목적을 위해 자기 앞에 있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대충 처리하려고 하거나 아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회피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작은 문제라면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거나 미뤄 두어도 별 일 없겠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더 이상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아 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④ 혼합형
앞에서 제시한 만성 스트레스 반응의 3가지 유형은 단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β₂ 수용체 우세형의 사람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만나면 α₁ 수용체 우세형의 반응이 생길 수 있고, 부교감신경 우세형의 사람도 β₂ 수용체 우세형이나 α₁ 수용체 우세형의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보이는 생리반응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의학교과서처럼 다양한 증상들이 맥락 없이 나열되어 방대한 지식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는 아닙니다.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반응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면 그 기초 하에 다양한 증상의 발생 기전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3)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요인들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은 스트레스의 종류, 과거의 경험, 개인의 기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관련 학계의 공통된 이론입니다.
① 스트레스의 종류
문제의 심각성, 예측 가능성, 통제 가능성, 지속기간, 사회적 지지 여부가 스트레스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가장 위협적인 스트레스는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고 본인이 전혀 통제할 수 없으며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이란 그 일을 겪은 뒤 정상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필요한 노력이 얼마나 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문제는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지만 단 한 번의 사건이 평생 지속되는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사건 발생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오랫동안 막연한 불안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언제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으므로 위험 감지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과각성 상태에 빠져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쉽게 놀랄 수 있습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손발이 묶인 채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폭력과도 같아서 스트레스에 맞서 도전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꺾일 수 있습니다. 분노가 내재되어 있지만 표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교감신경의 반응이 극대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급증하여 α₁ 수용체 우세형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지속기간 역시 중요합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끊임 없이 반복되어 신경을 거슬리면 심각한 일회성 사건을 능가하는 파괴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도 사회적 지지가 있다면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고립감과 절망감이 심화되면서 극복 가능한 스트레스가 독성 스트레스로 전환됩니다.
② 과거의 경험
과거에 반복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해 도전해서 승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교적 침착하게 상황을 평가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겪은 반복적이거나 강렬한 트라우마는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성적인 과각성 긴장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아무리 노력해도 위협을 피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새로운 스트레스 앞에서 미리 포기하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위협에 대해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는 의존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③ 개인의 기질
행동 억제 기질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자극, 낯선 사회 상황, 평가 상황에서 스트레스 반응과 불안 반응이 더 쉽게 활성화됩니다. 이 집단은 편도체 반응성이 높고 경계 중심 스트레스 대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협 회피 경향이 강한 사람은 문제에 대해 수동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스트레스에 대해 능동적인 반응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기질이나 체질에 관한 이론은 이제마가 주창한 사상의학이 독보적입니다.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으로 구분되는 4가지 유형은 단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 나쁘다는 식사요법 수준이 아니라 그 유형의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본능적인 감각-사고-행동 양식이 어떠한가, 그에 따라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어떠한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앓기 쉬운 질병은 어떠한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의 ‘겪은만큼 보이고 아픈만큼 읽히는 책 동의수세보원 해설(김희성, 2020, 부크크)’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