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스트레스가 생기면 신속하게 교감신경-부신계가 작동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급성 반응이 일어납니다. 부신수질은 교감신경의 신경절후 신경세포가 발달한 것으로 아세틸콜린의 자극을 받아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합니다.
① 에피네프린과 아드레날린의 차이
에피네프린(epinephrine)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은 같은 물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에피네프린은 주로 학술용어로 쓰이고 대중적으로는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epinephrine에서 epi는 ‘위에’, nephros는 ‘콩팥’이라는 뜻이며 ine는 화학에서 물질의 이름을 만드는 접미사입니다. adrenaline에서 ad는 ‘~으로, ~에’라는 뜻이며 renes은 ‘신장의’라는 뜻입니다. 에피네프린이나 아드레날린이나 둘 다 콩팥과 관련이 있다는 뜻입니다.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에서 nor-는 화학 용어로 ‘질소 원자(N)에 붙어 있던 메틸기(-CH3)가 하나 제거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에피네프린의 전구체인데 노르에피네프린에서 수소원자가 메틸기(-CH3)로 대체되어 에피네프린이 만들어집니다.
[그림]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합성경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둘 다 타이로신에서 합성됩니다.
타이로신(tyrosine)
⇒ 도파민(dopamine)
⇒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 에피네프린(epinephrine)
순서로 합성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청반과 교감신경 말단에서 생성되며 부신수질에서도 일부가 생성되고, 에피네프린은 주로 부신수질에서 생성된 노르에피네프린에 메틸기가 붙어서 만들어집니다.

②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는 곳
교감신경-부신계가 작동하면 교감신경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표적기관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심박수 증가, 말초혈관 수축 등의 즉각적이고 국소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여 혈압을 올립니다.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된 노르에피네프린은 대부분 신경에서 재흡수되어 대사되고 적은 양만 혈액으로 확산되어 전신을 순환합니다. 혈액 속의 노르에피네프린은 대부분 혈관에 분포된 교감신경 말단에서 넘쳐 나온 것입니다.
한편 교감신경-부신계의 최종 목적지 중의 하나인 부신수질에서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합성되어 혈액으로 방출됩니다. 이때 방출되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비율은 4:1 정도로 에피네프린이 더 많지만 평상시의 혈중 농도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에피네프린의 2~4 배 더 높습니다.
그 이유는 에피네프린은 부신수질에서만 분비되고 평소에는 농도가 낮다가 스트레스 상황일 때 급격하게 농도가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노르에피네프린은 평소에도 기저 혈압 유지를 위해 전신의 교감신경 말단에서 끊임없이 분비되어 혈액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양의 총합이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양보다 훨씬 많습니다.
혈액으로 들어온 노르에피네프린은 에피네프린과 함께 호르몬으로 작용하여 교감신경이 직접 닿지 않는 조직까지 구석구석 신호를 전달하여 전신적이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킵니다.
③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종류와 기능
에피네프린(EPI)과 노르에피네프린(NE)은 화학구조가 비슷해서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하는데 이 수용체를 아드레날린 수용체(adrenergic receptors)라고 합니다.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크게 α₁·α₂·β₁·β₂·β₃로 구분되고 각각의 위치와 작동 방식과 기능이 다릅니다.
과학자들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을 연구하던 중 일부 조직에서는 혈관이 수축하고 다른 조직에서는 이완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노르에피네프린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주로 흥분·수축 작용을 하는 수용체를 α 수용체로, 에피네프린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주로 억제·이완 작용을 하는 수용체를 β 수용체로 명명하여 구분했습니다. 이후 α와 β도 세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여기에 숫자를 붙였습니다.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종류와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종류
| 친화성 | 주요 위치 | 주요 기능 | |
| α₁ | NE ≈ EPI | 대부분의 혈관 평활근, 동공확장근, 침샘, 간세포 | 강력한 혈관 수축으로 혈압 상승, 요도괄약근 수축, 동공 확장(산동), 침샘 혈관 수축으로 침 분비 감소, 글리코겐 분해 촉진 |
| α2 | EPI ≥ NE | 시냅스전 신경 말단, 췌장 α세포와 β세포, 위장관 괄약근, 혈소판 | NE 방출 억제로 교감신경의 흥분 조절,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억제, 글루카곤 분비 자극, 위장관 괄약근 수축, 혈소판 응집 증가 |
| β₁ | NE > EPI | 심장(심근, SA결절), 사구체옆세포, 장내분비세포, 장액성 침샘, 지방조직 | 심박수·자동성·전도속도·심근 수축력 증가, 레닌 분비 촉진, 그렐린 분비 촉진, 저장된 아밀라아제 방출, 지방분해 촉진 |
| β₂ | EPI >> NE | 기관지 평활근, 골격근 혈관 평활근, 관상동맥 평활근, 위장관 평활근, 간세포, 지방조직, 췌장 α세포와 β세포, 방광 배뇨근, 자궁 | 기관지 확장, 근육 혈관 확장, 관상동맥 확장, 위장관 운동 감소, 간에서 글리코겐 분해 및 포도당신생성 촉진, 지방 분해 촉진, 글루카곤 분비 자극, 인슐린 분비 자극, 배뇨근 이완, 임신하지 않은 자궁 이완 |
| β3 | EPI ≈ NE | 지방조직, 방광 배뇨근 | 지방 분해 촉진 및 열생성 조절, 배뇨근 이완 |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유형에 대한 친화성은 연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그중 공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β₂, β3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이 약하고 α₁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이 강해서 낮은 농도에서도 α₁ 수용체에 결합하여 강력한 혈관 수축 작용을 일으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에피네프린은 모든 유형의 아드레날린 수용체와 친화성이 좋지만 특히 β₂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이 두드러집니다. 그 결과 에피네프린은 농도가 낮으면 먼저 β₂ 수용체에 결합하여 기관지와 혈관의 평활근을 이완하고 글리코겐과 지방을 분해하며, 농도가 높아지면 α₁ 수용체에도 결합하여 혈관 수축 작용을 합니다.
정리하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할 때와 호르몬으로 기능할 때 모두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강화시켜 혈액순환을 재분배하는 기능이 중심이고, 에피네프린은 기관지와 근육 혈관을 확장하고 에너지 생성을 촉진해서 스트레스 반응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근육에 공급하는 역할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피네프린도 분비량이 증가하면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이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④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차이
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 부신수질 내의 에피네프린 분비 세포와 노르에피네프린 분비 세포가 서로 다른 교감신경 경로에 의해 조절된다는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많이 분비되는 상황과 에피네프린이 많이 분비되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기립성 저혈압이나 심하지 않은 추위 또는 가벼운 운동처럼 혈류의 재분배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교감신경 말단의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합니다. 한편 저혈당, 격렬한 운동, 정서적 고통, 쇼크 같은 대사적 위기나 전면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부신수질의 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합니다.
또한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는 적극적인 투쟁-도피 반응과 관련이 있고 부신수질의 활성화는 얼음-두려움 반응처럼 수동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쟁-도피 반응일 때는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으로 말초 혈관 수축과 심장 수축력 강화를 통한 혈압 상승으로 근육에 혈류 공급이 증가하여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 상태가 됩니다. 얼음-두려움 반응일 때는 근육의 움직임은 멈춘 상태이지만 내부의 생리 체계는 최고 수준으로 작동하여 혈압과 심박수 상승은 물론 혈중 포도당·지방산·케톤체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정 상태의 혈중 농도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에피네프린보다 2~4 배 높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에피네프린의 분비가 급상승하고, 심각한 심리적 위협이나 저혈당 같은 상황에서는 에피네프린 분비가 더 증가하여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의 비율이 역전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혈압의 상승만 필요한 경우에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 증가가 에피네프린의 분비 증가를 동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르에피네프린은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거나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분비가 증가하고, 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두려워하고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움직이지 않을 때 분비가 증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들의 수치는 동적 항상성 부하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 중의 하나입니다. 동적 항상성 부하와 관련해서 에피네프린과 스트레스 수준의 관계, 그리고 그에 따른 생리적 반응의 변화를 다루는 연구 역시 활발합니다.
에피네프린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면 스트레스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정 상태의 에피네프린 농도는 약 < 1 nM 정도입니다. 만성 또는 중증 스트레스일 때는 1~7 nM, 심정지나 쇼크 같은 급성 최대 스트레스일 때는 10 nM 이상 상승할 수 있습니다.
[표] 에피네프린 농도와 수용체의 작용
| 스트레스 수준 | 혈중 에피네프린 농도 (pg/mL 또는 ng/mL)* | 근사치(nM) | 주된 생리적 효과 (수용체) |
| 정상 (안정 시 기저) | 30~140 pg/mL | < 1 nM | β 수용체 우세 (심장 촉진, 혈관 확장 시작) |
| 만성/중증 질환 스트레스 | 140~1,370 pg/mL | 1~7.5 nM | β 수용체 효과 유지, α₁ 작용 시작 |
| 급성 최대 스트레스 (심정지, 쇼크) | 1832 pg/mL~ | > 10 nM | α₁ 수용체 강력 우세 (혈관 수축 극대화, 혈압 급상승) |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을 때는 에피네프린의 분비량이 많지 않아 β₁ 수용체에 결합하여 혈압을 올리는 동시에 β₂ 수용체에 결합하여 혈관을 확장시켜 근육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생리 체계에 일시적인 불균형은 발생하지만 성공적으로 스트레스에 적응하면 혈압은 빠르게 떨어져서 원상태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거나 강도가 높아지면 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이 경우 에피네프린이 α₁ 수용체에도 결합하여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β₁ 수용체의 심장에 대한 효과와 결합하여 심혈관계에 과도한 부담이 축적됩니다.
추가로 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할 때는 코티솔 분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피네프린 분비는 교감신경-부신계가 활성화된 결과이고 코티솔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이 활성화된 결과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코티솔은 에피네프린의 생합성에 필수적인 효소의 활성을 촉진하여 장기적으로 에피네프린의 분비를 보장합니다.
에피네프린은 초 단위, 분 단위로 빠르게 반응하여 단기적인 투쟁-도피 반응에 관여하고, 코티솔은 그보다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인 에너지 조절과 면역 억제에 관여합니다.
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혈당 수치, 면역, 뇌 기능 등과 관련해서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신체의 반응을 증폭합니다. 이런 경우 스트레스가 해결되어도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비교
| 이름 |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 에피네프린(Eepinephrine) |
| 다른 이름 |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 아드레날린(Adrenaline) |
| 약어 | NE, NA | E, EPI |
| 화학식 | C8H11NO3 | C9H13NO3 |
| 전구체 | 도파민(Dopamine) |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
| 분비 장소 | 청반, 교감신경 말단, 부신수질 | 주로 부신수질 |
| 혈장 농도 | EPI의 2~4 배 높음 | 안정상태에서는 NE보다 낮다가 스트레스가 심해짐에 따라 급상승해서 NE와 거의 같아짐 |
| 수용체 친화성 | α₁, β₁ 우세, β₂ 매우 약함 | β₂, β₁ 우세, β₃는 E≈NE. 고농도에서는 α₁에도 강하게 작용 |
| 작용 | 교감신경에서는 신경전달물질로, 혈액으로 들어가면 호르몬으로 작용 | 호르몬으로 작용 |
| 주요 역할 | 심장 박동 강화 및 말초 혈관 수축을 통한 혈류 재분배 | 체내의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를 촉진하여 에너지 생산(단백질 분해는 코티솔), 심장 기능 강화 및 말초 혈관 수축을 통한 혈류 재분배 |
| 분비 시기 | 운동 중과 스트레스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 중에 분비 증가 | 대사적 위기 상황과 수동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분비 증가 |
| 혈관 | α₁ 수용체의 작용으로 강력한 혈관 수축의 결과 총 말초혈관 저항 증가로 혈압 상승 | 저농도에서는 β₂ 수용체의 작용으로 근육·관상동맥·간의 혈관 확장으로 이완기 혈압이 하강하여 맥압 상승, 고농도에서는 α₁ 수용체의 작용으로 혈관 수축 |
| 심장 | 심박수 및 수축력 증가 (둘 다 β₁ 수용체에 작용) | |
| 기관지 | β₂ 친화성이 약하여 확장 효과 미미 | β₂ 친화성이 강하여 확장 효과 뚜렷 |
| 대사 작용 | β₂ 친화성이 약하여 영향이 미미함 | β₂ 친화성이 강하여 강력한 대사 촉진(글리코겐 분해, 포도당신생성, 지방 분해) |
| 임상적 활용 (예) | 패혈성 쇼크 등 저혈압 치료 (강력한 혈관 수축제) | 심정지, 아나필락시스, 일부 중증 천식·크룹(강력한 심장 자극 및 기관지 확장) |
| 주요 부작용 | 과도한 혈관 수축으로 인한 말초 허혈, 급격한 혈압 상승으로 인한 반사성 서맥 | 빈맥·부정맥(K⁺가 세포 내로 이동하여 저칼륨혈증), 손떨림(근섬유의 빠르고 미세한 수축), 불안·초조(빈맥·혈압상승·호흡수 증가), 고혈당·젖산 상승(과도한 당대사), 고농도에서 말초 허혈, 유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