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코티솔의 기능
코티솔(cortisol)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입니다. 스테로이드(steroid)의 어원은 sterol + -oid로 스테롤을 닮았다는 뜻인데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5가지 유형이 모두 콜레스테롤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5가지 유형
| 분류 | 유형 | 대표 호르몬 | 주요 기능 |
| 코티코스테로이드 | 1. 당질코티코이드 (Glucocorticoids) | 코티솔 (Cortisol) | 혈당 상승, 단백질 및 지방 대사, 항염증 및 면역 억제 작용 (스트레스 대응) |
| 2. 무기질코티코이드 (Mineralocorticoids) | 알도스테론 (Aldosterone) |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 및 칼륨 배출 촉진, 혈압 및 체액량 조절 | |
| 성 호르몬 | 3. 안드로겐 (Androgens) | 테스토스테론 (Testosterone) | 남성 2차 성징 발달, 근육 성장, 정자 생성 촉진 |
| 4. 에스트로겐 (Estrogens) | 에스트라다이올 (Estradiol) | 여성 2차 성징 발달, 월경 주기 조절, 뼈 밀도 유지 | |
| 5. 프로게스토젠 (Progestogens) | 프로게스테론 (Progesterone) | 자궁 내막 유지, 임신 유지 및 월경 주기 조절 |

코티솔의 cortis-는 부신피질(adrenal cortex)의 cortex에서 따온 것이며 –ol은 스테롤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코티솔이라는 이름은 부신피질에서 유래한 스테로이드라는 의미입니다.
셀리에가 발견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생기는 3대 증상 중에서 ‘부신피질 비대’는 코티솔 분비 과다로 인해 생깁니다.
① 긴장 상태 유지
코티솔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HPA축)의 최종 산물로서 신체를 긴장 상태로 만들어서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면역을 억제하는 등 스트레스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을 담당합니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코티솔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은 급성 반응을 담당하고 코티솔이 만성 반응을 담당한다고 하는 것은 각 호르몬들의 반감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표]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반감기
| 호르몬 | 작용축 | 분비기관 | 반감기 | 작용시간 |
|---|---|---|---|---|
| 에피네프린 | SAM축 | 부신수질 | 약 2∼3분 | 수 분 단위 |
| 노르에피네프린 | SAM축 | 교감신경 말단, 부신수질 | 약 2∼2.5분 | 수 분 단위 |
| 코티솔 | HPA축 | 부신피질 | 약 60∼90분 | 수 시간~반나절 |
HPA축 =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
카테콜아민(catecholamines)류 호르몬인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바로 결합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킬 뿐 아니라 혈액 속에서 빠르게 대사되어 제거되어 반감기와 작용시간이 짧습니다.
이와 달리 스테로이드류 호르몬인 코티솔은 지용성으로 혈장 단백질과 결합하기 때문에 분해가 느릴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기존 효소의 활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분비가 멈추면 효소의 활성도 빠르게 정상화되어 호르몬이 가져온 효과가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코티솔이 유전자에 개입하여 만들어낸 세포의 변화나 코티솔이 생성한 단백질은 코티솔 분비가 멈춰도 즉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코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그 효과가 누적되어 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코티솔 분비가 감소하더라도 이 변화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② 에너지 대사 조절
스트레스 반응에는 에너지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뇌와 근육이 바로 쓸 수 있는 포도당과 지방산의 수요가 급증합니다.
– 탄수화물 : 코티솔이 직접 글리코겐을 분해하는데 관여하지는 않지만 단백질과 지방 분해를 촉진해서 간의 포도당신생성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여 간접적으로 혈당을 올립니다. 그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서 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여 혈당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 지방 : 코티솔이 지방 분해를 촉진하면 지방분해효소들의 작용으로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됩니다. 글리세롤은 간으로 가서 포도당신생성에 사용되고, 지방산은 근육이나 내장 기관의 세포들이 흡수해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됩니다.
이때 남는 지방산은 다시 세포 안팎에 중성지방으로 저장됩니다. 그 결과 피하지방은 감소하고 근육세포와 내장 기관의 세포 내부와 그 주변 지방이 늘어납니다. 이를 두고 원래 지방세포에 저장되었어야 할 지방이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서 이소성 지방(異所性 脂肪, ectopic fat)이라고 합니다.
– 단백질 : 코티솔이 분해하는 단백질은 골격근, 림프조직, 결합조직, 뼈 등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아미노산은 간으로 가서 포도당신생성에 사용됩니다. 이로 인해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체중 감소, 근육 소실, 면역 억제 및 림프조직 위축, 피부 두께와 탄력 감소, 골감소로 인한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③ 다른 호르몬에 대한 허용 효과
코티솔은 세포핵으로 들어가서 DNA를 조작하여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글루카곤과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수를 늘리거나 수용체 관련 신호 전달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그렇게 해서 해당 호르몬의 작용이 강화되는데 이처럼 한 호르몬이 다른 호르몬의 작용을 위한 전제 조건을 만들어주는 이런 현상을 허용 효과(permissive effect)라고 합니다.
글루카곤과 에피네프린 둘 다 지방조직을 분해해서 글리세롤을 만들어서 포도당신생성의 원료를 확보하는데 코티솔의 지원을 받으면 그 작용이 배가됩니다. 여기에 코티솔 자체의 지방 분해 및 단백질 분해 촉진 효과가 더해지면 간에 포도당신생성의 원료가 넘치도록 공급되어 혈당 수치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을 수 있습니다.
④ 면역 억제 및 염증 완화
코티솔은 면역세포의 신호 전달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생성 관련 유전자를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킵니다. 스트레스는 종종 상처나 감염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이 반응은 지나친 염증 반응이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합니다.
급성 염증 반응은 신체의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모하는 과정입니다. 염증이 생기면 체온이 상승하고 심박수와 호흡수가 증가하여 산소와 영양소의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체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기초대사율은 약 10~13%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T 세포, B 세포, 중성구 등의 면역세포가 빠르게 증식해야 하는데 이들 세포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DNA 합성, 단백질 합성 등에 막대한 자원이 들어갑니다. 기타 사이토카인, 항체, 활성산소종 등의 생산과 분비에도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극심한 염증 반응인 패혈증이나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기초대사율이 평상시의 50%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 반응에 필요한 자원의 재분배를 위해 코티솔이 림프 조직을 분해하고 림프구의 세포자살을 유도합니다. 분해된 림프 조직과 면역세포로부터 나온 단백질과 핵산 등은 아미노산으로 바뀌어 간으로 보내져서 포도당신생성의 원료가 됩니다.
혈액 공급이 줄어든 데다가 가지고 있던 단백질까지 빼앗긴 흉선 및 림프 조직은 셀리에가 말한 것처럼 위축되고, 면역세포의 수도 감소하여 면역 반응이 전체적으로 빠르게 억제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 반응이 종료되면 회복도 가장 빨라서 수 일에서 수 주면 면역계는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⑤ 수분과 전해질 대사 조절
코티솔은 알도스테론의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가 증가하고 나트륨이 삼투압을 높여 수분 저류가 생깁니다. 이때 칼륨의 배설은 촉진됩니다.
코티솔의 농도가 낮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높은 농도에서는 알도스테론 과다증과 유사하게 고혈압, 저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토막상식] 편도체-해마-전전두피질
| 편도체(amygdala)는 희로애락 등의 정서와 공포·불안 반응을 조절하며 그와 관련된 감정적 기억을 저장합니다. 해마(hippocampus)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고, 내비게이션처럼 공간적 위치와 이동 경로를 인식합니다. 또한 기억의 맥락(시간, 장소, 전후 사정 등)을 구별해서 기억을 정교하게 저장합니다.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뇌의 최고 수준의 조절 중추입니다. 이 과정은 편도체·해마 등 뇌의 다른 부위와의 긴밀한 협업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전전두피질은 단순히 계획 수립, 충동 조절 등을 담당하는 실행기관이 아니라 인지·정서·가치·자기인식 등과 도덕적·사회적 판단 등을 통합하여 목표와 실행 방법을 결정하는 네트워크의 중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전두피질은 사고의 일관성과 행동의 목표 지향성을 유지하여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고 사회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신경학적 기반입니다. 스트레스 관련해서는 해마와 편도체 등과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을 결정합니다. |
⑥ 기억력 및 학습 능력 저하, 기분 장애
코티솔은 지용성 호르몬으로 혈액뇌장벽(BBB)를 넘어 뇌로 들어갑니다. 뇌에도 코티솔 수용체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해마(기억 형성 및 맥락화에 중요), 편도체(감정 처리에 중요), 전전두엽 피질(선택적 주의 및 감정 조절에 중요) 등에도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특히 해마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HPA축)의 음성 피드백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종료하는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에 코티솔 농도에 민감하고 다른 부위에 비해 코티솔 수용체가 많습니다.
적정 수준의 코티솔은 해마와 전전두피질을 자극하여 기억력과 판단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정점을 넘어가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져서 그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역U자형 곡선을 그립니다. 그 이유는 코티솔이 장기적으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과 시냅스 분화 등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해마의 신경세포가 사멸하거나 위축되어 기억력이 저하되고, 전전두피질 신경세포의 수상돌기가 수축하여 전전두피질의 인지 기능과 조절 중추 기능이 둔화됩니다.
[표] 만성 스트레스에서 코티솔의 해마, 편도체, 전전두피질에 대한 영향
| 구분 | 단기 코티솔 작용 | 만성 코티솔 작용 |
|---|---|---|
| 해마 | 기억 강화 | 위축, 기억력 저하 |
| 편도체 | 감정적 학습 향상 | 과활성 → 불안, 과각성 |
| 전전두피질 | 집중력 향상 | 의사 결정 능력 저하, 충동 증가 |
코티솔 농도가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될 때 해마와 전전두피질의 구조와 기능은 약화되지만 편도체는 반대로 과활성 상태를 유지하며 수상돌기의 연결망이 더욱 복잡하고 민감하게 변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편도체가 강화되는 현상에 대한 학계의 설명은 현재까지는 이렇습니다.
우선 노르에피네프린이 편도체의 신경세포를 직접 흥분시켜서 공포와 불안 반응을 유도하면 코티솔이 노르에피네프린의 민감도를 높이는 허용 효과를 나타내서 편도체가 과활성됩니다.
코티솔의 영향으로 위축된 해마와 전전두피질은 편도체에 대한 억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편도체는 마음껏 불안과 공포 신호를 발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코티솔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비대해집니다. 또한 편도체와 해마·전전두피질의 연결망이 원래의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 강화되어 부정적인 감정회로가 형성됩니다.
코티솔의 영향으로 위축된 해마는 맥락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져 편도체로부터 오는 정보를 거르지 못합니다. 비슷한 환경이면 모두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기억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 전전두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생각이 짧아지고 감정이 앞서서 충동적이며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신경세포의 위축만으로는 해마와 전전두피질이 편도체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는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만성 고위험 스트레스는 편도체를 통한 본능적인 위험 감지만이 아니라 이성적으로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해마와 전전두피질이 냉정하게 맥락을 따져 보고 이성적으로 분석해 봐도 위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해마와 전전두피질은 편도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편도체의 판단을 지지하는 쪽으로 피드백을 할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학습으로 튼튼하게 형성된 부정적인 감정 회로는 편도체와 해마와 전전두피질 사이에 두꺼운 연결망을 구축합니다. 이런 물리적인 구조는 스트레스가 종료된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서 그 사람의 기분과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이는 불안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코티솔은 PTSD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는 낮은 코티솔 수치가 오히려 PTSD의 위험요인일 수 있다는 역학 연구에 기반한 것으로 큰 수술이나 교통사고 발생후 약 1시간 이내에 코티솔을 투여하면 PTSD 증상 발생률이 감소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⑦ 일주기 리듬
코티솔 분비는 24시간 주기로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르며 이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HPA축)에 의해 엄격하게 조절됩니다. 이 리듬은 시상하부에 위치한 시신경교차위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중심 시계 역할을 하고 주로 빛에 의해 동기화됩니다.

코티솔의 혈중 농도는 자정 무렵 최저치를 유지하다가 새벽 3시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오전 8시경에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후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 조금 상승했다가 오후 9시경부터 다시 최저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새벽에 코티솔 분비가 급상승하는 것은 하루의 요구에 대비해 신체를 준비시키고 아침에 각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저녁에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인 코티솔 일주기 리듬은 아침에 최고점을 찍은 이후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립니다. 그러나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침 최고점은 낮아지고 저녁 시간의 수치는 올라가서 그래프가 상대적으로 평탄해집니다. 아침 코티솔 분비가 낮아지면 아침부터 피로를 느끼거나 기운이 없다고 느낄 수 있고, 저녁에 분비가 증가하면 수면-각성 주기가 교란되어 수면장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다음 날의 코티솔 리듬이 평탄해지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코티솔의 일주기 리듬이 평탄해지는 기전은 HPA축의 과부하와 해마의 위축과 관련이 있습니다.
HPA축의 활동으로 급성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부신은 정상 수치의 몇 배에 달하는 코티솔을 분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신피질의 반응이 둔화되어 코티솔 분비가 감소합니다. 그와 함께 코티솔에 의해 손상된 해마가 높아진 코티솔 농도에 대한 음성 피드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코티솔 분비는 높은 상태로 유지됩니다.
결국 HPA축의 피로와 해마의 음성 피드백 기능 약화로 최고점은 낮아지고 최저점이 높아져서 그래프의 기울기가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