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항상성이란?
(1) 항상성의 정의
현대의 항상성 개념은 ‘생명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내부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자기 조절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외부 변화에 적응’, ‘내부의 안정성’, ‘자기 조절 과정’이 모두 중요합니다. 유기체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해서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내부의 안정성이 파괴되어 기능 장애가 발생하거나 생명 활동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유기체가 안정적인 내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항상성 조절 중추를 중심으로 전신의 체계가 협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여름에 더위를 먹어 체온이 상승했을 때 혈관, 땀샘, 호흡계가 동시에 작동해서 체온을 관리합니다. 피부혈관이 확장되어 열을 방출하고, 땀을 분비해서 증발열로 체온을 내리고, 호흡이 빨라져서 열 배출을 돕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두뇌-자율신경계-내분비계의 통합 네트워크‘가 조절합니다.
(2) 일정한 내부 환경 = 항상성
항상성은 영어로 homeostasis입니다. 이 용어는 미국의 생리학자 월터 캐넌(Walter Cannon, 1871~1945)이 1926년에 발표한 신조어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 1813~1878)가 주장한 ‘일정한 내부 환경‘(fixité milieu intérieur)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① 클로드 베르나르의 연구

㉠ 일정한 내부 환경
베르나르는 1865년에 발간한 실험 의학 연구 입문(Introduction à l’étude de la médecine expérimentale)에서 동물에게는 두 가지 환경이 있는데 그 두 가지는 ‘유기체가 놓여 있는 외부 환경’과 ‘조직의 요소들이 살고 있는 내부 환경’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외부 환경은 내부 환경을 거쳐서 생명체에 작용할 수 있으며 고등 동물로 갈수록 내부 환경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고 독립적으로 유지됩니다.
이 내부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모든 순환하는 액체, 즉 혈액 및 기관 내부의 유기적 액체들입니다. 유기체의 모든 살아있는 부분은 이 액체 속에 잠겨 있습니다. 온혈동물의 혈액은 거의 일정한 온도와 성분을 유지하며 이런 안정성이 생명 현상의 기반이 됩니다.

생리학자들은 간질액을 ‘세포의 바다’에 비유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 특히 바닷물에서 탄생했습니다. 단세포 생물이나 하등 생명체는 주변 바닷물의 온도나 화학적 조성에 직접적으로 의존합니다. 고등 생명체는 바닷물을 몸 안에 가두고 그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외부 환경의 변화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바다를 떠나 자유로운 생존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질액은 다세포 생물의 세포를 직접 둘러싸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그 세포와의 물질 교환을 통해 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건을 제공합니다. 혈액을 통해 운반된 산소와 영양분은 모세혈관에서 나와 간질액을 거쳐서 세포에 공급됩니다.
베르나르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 내부 환경의 요소에는 물, 온도, 내부 액체에 용해된 산소·질소·이산화탄소, 혈압, 무기염류 및 유기물의 조성 등이 있습니다.
㉡ 혈당
1848년 베르나르는 며칠 동안 금식한 토끼의 간에도 당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간에서 당을 생성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855년에는 적출한 개의 간에서 요오드에 반응하는 물질을 확인하고 ‘동물 전분‘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간을 따뜻한 곳에 두면 동물 전분이 감소하고 당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년 후에는 이 동물 전분의 분리에 성공하고 ‘글리코겐‘(glycogèn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glyco-는 고대 그리스어로 달콤하다는 뜻이고 –gène은 프랑스어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그는 간이 자체적으로 당을 합성해서 동물 전분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는 당을 만들어서 혈액 속으로 내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체온과 샘 분비
1851년 그는 토끼 목에 있는 경부 교감신경의 한쪽을 절단하면 같은 쪽 귀의 색깔이 붉게 변하고 주변 피부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절단하지 않은 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즉 교감신경을 절단하자 교감신경에 의한 혈관 수축 작용이 사라지면서 혈관이 이완되어 혈류량이 증가하여 피부 체온이 올라간 것입니다. 이 실험은 혈관운동신경의 존재를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로 평가됩니다.
1858년에 베르나르는 개를 이용한 생체 실험에서 개의 턱밑샘으로 가는 두 신경을 찾아서 전기적으로 자극했습니다. 한 신경을 자극하면 침샘이 붉어지고 혈관이 팽창하고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침은 많아지고 묽어졌습니다. 다른 신경을 자극하면 침샘이 창백해지고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침 분비는 거의 멈추고 점성이 강해졌습니다.
후대의 연구에 의해 앞의 신경은 부교감신경의 섬유를 포함하는 고실끈신경이고 뒤의 신경은 경부 교감신경임이 밝혀졌고, 이는 자율신경계가 교감·부교감 신경의 길항작용으로 작동한다는 원리를 확립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두 실험을 통해 베르나르는 혈관의 직경, 샘의 분비, 열 생성 같은 일들은 비록 물리화학적 현상이지만 신경계의 긴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 산염기 평형
1850년대 후반 베르나르는 개, 토끼, 비둘기 등을 이용한 생체 실험 중 동물의 근육을 장기간 수축시키거나 산소 공급을 차단한 질식 상태에서는 조직액이 산성으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pH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트머스 용액이나 탄산칼슘 반응(기포 발생)을 이용해 산성을 확인했습니다.
이후의 실험에서 그는 다시 산성이 증가한 조직을 공기 중에 노출하면 그 조직의 산성 반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관찰했고, 질식 상태에서 죽은 동물의 근육에서 유기산 성분을 분리·정제하고 이 물질이 다른 화학자들이 보고한 젖산의 특성과 같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그는 젖산은 무산소 대사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몇 년 후의 실험에서 젖산을 동물의 정맥이나 문맥에 주입하면 일정 시간 후에 혈액 속에서 젖산이 사라지고 간에서는 글리코겐이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간이 젖산 같은 산성 물질을 파괴하여 혈액의 화학적 균형을 유지한다고 보았습니다.
㉤ 생명체의 조절 기전의 목표
사실 항상성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들은 베르나르가 거의 다 밝힌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는 일정한 혈당 농도 유지, 혈관 조절을 통한 체온 변화 및 샘 분비의 변화, 산염기 평형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그 외에도 베르나르는 ‘생명 현상은 실제로 엄격하게 규정된 물리화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삼투압, 이온 농도, 산소·이산화탄소 포화도 등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또한 그는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 현상은 어떤 신비로운 힘에 의한 것이거나 단순한 물리화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신경계에 의해 엄격하게 조절되는 것이며, 인체의 내부 장기들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생명 기전의 목표는 아무리 다양할지라도 내부 환경에서 생명의 조건의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