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수세보원 해설 [성명론 4] 이청천시 목시세회 비후인륜 구미지방


[동의수세보원 원문]
이청천시
⽿聽天時
귀로 천시를 듣는다.
[동무자주 원문]
이속신 무형지물 고능청 천시경청 무형지성
⽿屬神 無形之物 故能聽 天時輕淸 無形之聲
귀는 신神에 속하는데 신은 형태가 없는 것이므로 천시의 가볍고 맑은 형태가 없는 소리를 능히 들을 수 있다.
[동의수세보원 원문]
목시세회
⽬視世會
눈으로 세회를 본다.
[동무자주 원문]
목속영 유상지물 고능시 세회부동 유상지색
⽬屬靈 有像之物 故能視 世會浮動 有像之色
눈은 영靈에 속하는데 영은 형상이 있는 것이므로 세회의 떠서 움직이는 형상이 있는 색깔을 능히 볼 수 있다.
[동의수세보원 원문]
비후인륜
鼻嗅人倫
코로 인륜을 맡는다.
[동무자주 원문]
비속혼 무적지물 고능후 인륜침정 무적지상
鼻屬魂 無跡之物 故能嗅 人倫沈靜 無跡之像
코는 혼魂에 속하는데 혼은 자취가 없는 것이므로 인륜의 가라앉고 고요한 자취가 없는 형상을 능히 맡을 수 있다.
[동의수세보원 원문]
구미지방 口味地方
입으로 지방을 맛본다.
[동무자주 원문]
구속백 유질지물 고능미 지방중탁 유질지자
口屬魄 有質之物 故能味 地方重濁 有質之滋
입은 백魄에 속하는데 백은 성질이 있는 것이므로 지방의 무겁고 흐린 성질 이 있는 맛을 능히 볼 수 있다.

[동의수세보원 해설] (겪은 만큼 보이고 아픈 만큼 읽히는 책)
저자 : 이제마
역자 : 김희성
출판일 : 2020년1월8일
출판사 : 부크크
ISBN : 979-11-272-9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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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오류 교정 보기

여기 있는 내용은 위 책의 (개정판)입니다. 초판의 해설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내용만 설명했습니다. 이 블로그에 없는 내용이라고 해서 빠뜨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해설은 위 책 P. 55~을 참조해 주세요.

여기 있는 내용을 처음 보면 당황하기 쉽습니다. 한문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게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대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듣다, 보다, 맡다, 맛보다’라는 개념을 이제마가 어떤 뜻으로 썼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은 동의수세보원해설(겪은만큼 보이고 아픈만큼 읽히는 책)에 자세히 설명했으니 그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분산된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청
⽿聽
목시
⽬視
비후
鼻嗅
구미
口味
천시
天時
세회
世會
인륜
人倫
지방
地方




무형지물
無形之物
유상지물
有像之物
무적지물
無跡之物
유질지물
有質之物
천시경청
天時輕淸
세회부동
世會浮動
인륜침정
人倫沈靜
지방중탁
地方重濁
무형지성
 無形之聲
유상지색
有像之色
무적지상
無跡之像
유질지자
有質之滋

이 대목은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 내용을 감각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물은 멀리 있을수록 흐릿하고 가까이 있을수록 뚜렷해집니다. 인간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마는 청(듣기) > 시(보기) > 후(냄새 맡기) > 미(맛보기) 순으로 멀리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듣기와 보기가 냄새 맡기와 맛보기보다 먼 곳을 감지한다는 것은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냄새 맡기가 맛보기보다 먼 곳을 감지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냄새는 조금 거리가 있어도 맡을 수 있지만 맛은 직접 입에 넣어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듣기와 보기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먼 곳의 일을 감지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직접 자신의 몸으로 듣는 것과 보는 것을 비교하면 보는 것이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기가 가장 먼 곳에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는 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가시거리는 맑은 날에 70 km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 지구 반대편의 일도 알 수 있습니다.

위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방송이나 책을 보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사실은 ‘듣기’에 해당합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타인의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듣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그 속에 숨은 뜻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직접 본 것이 아니고 중간 매개를 거친 것이니 진실이 아닌 것이 섞일 수 있기 때문에 듣기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은 다른 감각으로 직접 얻는 정보와 달리 항상 진실의 판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음은 귀눈코입이라는 4 가지 감각기관이 무엇을 감각하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귀는 천시를 듣고, 눈은 세회를 보고, 코는 인륜을 맡고, 입은 지방을 맛봅니다.

천기유사에서 지방⇒인륜⇒세회⇒천시로 영역이 확장된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므로 귀가 천시를 듣고 입이 지방을 맛본다는 것은 귀가 발달한 사람은 가장 멀리 있는 것을 들을 수 있고, 입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이 직접 맛본 것만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멀리’ 있는 것이라는 것은 단지 거리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적으로 멀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무형지물, 유상지물, 무적지물, 유질지자 이후의 내용입니다.

형태도 없고 가벼운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사건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물질화되어 있고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구체화된 이후에야 사건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듣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생긴 일을 알게 되어도 그 일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고 대비를 합니다. 그러나 맛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감각이 개발되지도 않았고 타인을 믿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 눈앞에 위험이 닥쳐와야 비로소 준비를 시작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주식이나 부동산의 거품이 문제가 된다고 할 때 판단이 빠른 사람들은 몇 가지 조짐을 보고 손절해야 할 시기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둔한 사람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우이독경이고 눈앞에서 주가나 부동산 시세가 떨어져야 그때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데 이미 때는 늦습니다.

뭔가 굉장히 어려운 말로 써있는 것 같지만 이 대목에서 말하는 것은 이런 내용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먼 곳에서 생기는 작은 조짐만 보고 천기를 파악하여 인사(사람의 행동)를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논어에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 날 때부터 아는 사람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 배워서 아는 사람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 곤란을 통해 배우는 사람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 곤란을 겪고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

매번 위험이 눈앞에 닥쳐와서야 우왕좌왕하고 싶지 않으면 먼 곳을 감각할 수 있는 보기와 듣기 능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보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세회를 잘 관찰해야 하고, 듣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시를 잘 들어야 하는데 이는 작은 조짐이나 타인의 말을 흘려버리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입니다.

동의수세보원 해설 (겪은 만큼 보이고 아픈 만큼 읽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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